중용 제12장 12-1. 君子之道, 費而隱 군자지도, 비이은
12-1. 군자의 도는 명백하게 드러나 알기 쉬운 듯하면서도 가물가물 숨겨져 있다.
옥안 : 첫머리가 "자왈"로 시작되지 않으면 그것은 자사 본인의 말로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 제12장은 주희가 독립된 장으로 분장하였기 때문에 떨어진 것일 뿐이며, 실상인즉 제11장과 연속적인 일체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공영달은 제11장과 제12장이 연속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렇게 되면 제12장에도 공자의 말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내용도 제11장과 연속적 테마를 이루는 맥락 속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주희는 그렇게 보지 않고 제12장을 독립시켜, 자사 자신의 논설로서 수장의 "도불가리"의 뜻을 해설한 것으로 보았다. 그렇게 되면 앞장과는 단절이 생긴다. 나는 일단 주희의 분장원칙을 존중하여 자사의 말로 간주하기는 하였으나 앞 장과의 연속적인 관계에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수장의 "도불가리"의 해설이라고 보기보다는 제2장부터 제11장까지 인용된 공자 할아버지 말씀에 대한 총평적 마무리로서 간주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순자』「유효儒效」편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군자는 숨어 살아도 저절로 세상에 드러나며, 미천한 듯이 살아도 그 이름이 세상에 빛나며, 항상 사직하고 양보해도 사람들의 위에 선다."
『순자』보다 『중용』쪽이 더 추상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맥락을 같이 하는 표현들이다. "은이현"이라는 표현에 비추어볼 때, 우리는 "비이은"의 "비"는 "현"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을 맥락적으로 단정지을 수 있다. 은과 현, 혹은 비와 은은 모두 반대되는 속성들이지만, 이것은 모순관계를 이루지 아니 하고 하나의 지평에서 융합된다. 이렇게 상반된 가치의 융합은 『노자도덕경』적인 사유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되어왔지만, 결코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것이 간백자료연구의 성과이다. 도가적 사유는 도가만의 사유가 아니라, 이미 공자시대에 팽배해있었던 사유의 한 보편적 패러다임이었다.
『노자』 36장을 한번 보자!: "접으려면 펴주거라! 약하게 하려면 강하게 해주거라! 폐하려면 흥하게 해주거라! 뺏으려면 주거라! 이것을 일컬어 미명이라 한다." 이 노자의 말에 나타나는 "미명"은 순자의 말에 "미이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는 미묘하다, 미천하다는 뜻이 있지만, 『노자』에서는 "명"에 상대되는 말로서 "어둠"을 뜻한다. 즉 "빛"과 "어둠"이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일체라는 것이다. 이것은 요한복음이 빛과 어둠을 날카롭게 이원적으로 대립시키으로써만 예수라는 로고스를 위치지울 수 있었던 사유와 정면으로 상치된다. 요한복음의 입장은 플라톤이 가사세계와 가사세계를 이원적으로 분리시키고 그의 이데아의 본향을 가사세계에 정립시킨 것과 상통한다. 그러나 자사는 가지계(비費의 세계)와 불가지계(은隱의 세계)를 하나의 군자지도로서 일치시킨다. 자사의 가지계는 플라톤의 가사세계가 아닌 가시세계이다. 플라톤의 감관계는 자사의 비의 세계이며, 예지계는 자사의 은의 세계이다. 그러나 그거은 비실재와 실재로 이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된다. 노자는 말한다: "밝은 길은 어두운 것 같고, 나아가는 길은 물러나는 것 같고, 평탄한 길은 울통불퉁한 것 같다."
모든 상대적 가치는 관념의 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축에 있다. 불변의 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축에 있다. 따라서 대립적으로 보이는 모든 가치는 궁극적으로 대적적對敵的인 것이 아니라 대대적對待的이다. 서로를 기다리면서 보완한다. 순자는 또 말한다: "군자는 작위가 없어도 귀하고, 봉록이 없어도 부유하고, 말하지 않아도 신용이 있으며, 성내지 않아도 권위가 있고, 빈궁에 처해도 영화로우며, 홀로 거해도 삶이 즐겁다." 아마도 "군자지도, 비이은"이라는 말은 앞 장의 "둔세불견지이불회"라는 말과 상통하는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주희는 이 말을 주해하여 비는 용지광이요, 은은 체지미라고 했는데, 은과 비를 체(본체)와 용(작용)으로 나누어 해석한 것은 역시 "망문생훈"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 뜻이 과히 어긋나지는 않는다 해도 적합한 해석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레게는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The way which the superior man pursues, reaches wide and far, and yet is secret." 주희의 해석을 반영하고 있다. 뚜 웨이밍은 말한다: "도가 모든 곳에서 작용하는 만큼 그것은 흔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적인 고착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역동적인 과정이다. 그것의 의미는 완벽하게 파악될 수 없으며 그것의 가능성은 고갈될 수 없다. 그 흔함의 범용 가운데 항상 숨어있는 그 무엇이 남는다."(In as much as the Way functions everywhere, it is common; but, since it is not a static fixity but a dynamic process, its meaning can never be fully comprehended and its potential never exhausted. There is always something "hidden," so to speak, in its commonness. Centrality and Commonality 43).
주희장구 "費"는 부미符味반이다. "비費"는 용用의 넓음이요, "은隱"은 체體의 은미함이다.
장구옥안 : 비와 은을 체용론의 입장에서 해석한 것은 과도하게 이념적이다. "은"을 형이상학적 세계로, "비"를 형이하학적 세계로 파악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도 결국 그 뜻이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 주희는 "비"를 "extensive," "ubiquitous"의 뜻으로 보았다. 나는 "evident"라는 뜻에 가깝게 새기었다. "Tao is evident but subtle." 정도의 의미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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