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제10장 10-5. 故君子和而不流, 强哉矯! 中立而不倚, 强哉矯! 國有道, 不變塞焉, 强哉矯! 國無道, 至死不變, 强哉矯!"고군자화이불류, 강재교! 중립이불의, 강재교! 국유도, 불변색언, 강재교! 국무도, 지사불변, 강재교!"
10-5. 그러므로 군자는 화합하면서도 흐르지 않으니, 아~ 그러한 강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로다! 가운데 우뚝 서서 치우침이 없으니, 아~ 그러한 강함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로다! 나라에 도가 있어도 궁색한 시절에 품었던 지조를 변하지 아니 하니, 아~ 그러한 강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로다! 나라에 도가 없어도 평소에 지녔던 절개를 죽음에 이를지언정 변치 아니 하니, 아~ 그러한 강이야말로 진정함 강함이로다!"
옥안 : 많은 주석가들이 남방지강을 불급으로 보고, 북방지강을 과로 보고, 과·불급이 없는 진정한 중용의 강을 마지막으로 논구하는 것으로 보는데, 그것은 매우 어색한 관점이다. 남방지강과 북방지강은 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강이며, 관유불보하는 남방의 강을 불급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또 대부분의 주석가들이 애초로부터 남방지강과 북방지강과 자로지강의 3종류를 설정하였고, 이제 마지막으로 지로지강을 이야기한다고 보는 것도 그릇된 관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자로의 평소의 성격은 북방지강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며, 남방·북방의 대비적 성격을 논구한 후에 "너 자로의 강"은 북방지강을 말하는 것이라고 공자는 이미 정확한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자로의 문제의식에 관한 담론은 이미 제4절에서 완결된 것이다. 이제 마지막 제5절은 그러한 모든 강함의 가능성에 대하여, 인간이 진정으로 구현해야 할 보편적 강을 지역적 특성이나 인간적 기질의 특성과 무관하게 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치우침이 있는 남방지강이나 북방지강에 대하여 자로가 걸어가야만 할 정도의 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도 불 수는 있겠지만, 제5절의 담론은 자로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학인들에게 발하는 메시지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과는 달리, 주제의 정답을 일거에 제시한다는 것이 다르다, 따라서 동방에는 서방식의 변증법이 부재하다.
여기 공자의 대답은 그 형식성에 있어서 노자의 언어를 상기시킨다. 즉 남방지강과 북방지강이 일면적인 데 반하여 마지막 4자는 양면적이고 중층적이고 복합적이고 역동적이며, 또 대립되는 가치들을 포섭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립의 융통성은 도가의 전유물이 아닌 공자·자사시대의 보편적 언어패러다임이었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강재교!"라는 말이 후렴스타일로 4번 나오는데 이 뜻을 잘 새길 필요가 있다. "강재!"라는 감탄 뒤에 다시 나오는 "교"는 "강"의 발음을 약간 변형시켜 같은 의미를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효과를 자아내기 위하여 선택된 글자이다. "교"는 강한 모습이다. 『시경』에도 "굳세고 굳센 범 같은 신하들"(노송 「반수」)이라는 표현이다. 그러니까 "강재교"는 "아~ 하도다!! 굳세도다!" 정도로 번역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강의 명사적 용법을 살려 다음과 같이 번역하였다: "아~ 그러한 강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로다!" 이렇게 번역하면 의미의 맥락이 아주 잘 살아난다. "화이불류"는 『논어』에도 비슷한 맥락의 로기온이 있다: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그러니까 "류"라는 것은 "同"과 같은 맥락에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아진다" "흐른다"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하고 휩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은 본래 공자시대의 아악과 같은 기악오케스트라에 대한 평론의 언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악기의 주자가 음색의 하모니를 이루되 자시의 유니크한 아이덴티티를 상실하고 흐르게 되면 전체 오케스트라가 망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관자』의 「주합」편에 "군君이 음을 잃어버리면, 풍률이 반드시 흐르게 되고, 흐르게 되면 난패하고 만다." 이것은 정치사회에 있어서의 임금의 역할을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오케스트라에 있어서의 군이 되는 악기를 비유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순자』의 「악론」편에도 "음악이 중평하면, 백성이 화이불류케 된다."라는 표현이 있다. 『맹자』「양혜왕」하에는 "호화스럽게 뱃놀이를 하면서 물길을 따라 내려가기만 하고 돌아올 줄을 모르는 것을 류流라고 하는 것입니다."라는 적절한 표현이 있다. 흐르기만 하고 수렴할 줄을 모르는 것이다.
"색"이란 "궁색함" "사려의 깊음" "고조한 지조"의 뜻이 다 들어있다. 그리고 "지사불변"을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아니 한다"로 평범하게 해석하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절개를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 될 것이다. "국무도"의 상황에서는 "지사"는 역시 평온치 못한 사태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는 "죽음에 이를지언정 변하지 아니한다"로 번역하였다. 주희는 "불변평생지소수야"라고 했는데 지극히 평범한 해석이다.
주희장구 : 여기서 말씀하시고 계신 이 네 가지 명제는 너 자로가 마땅히 지켜야 할 강임을 나타내고 있다. "교"는 강한 모습이다. 『시경』「반수」에 "굳세고 굳센 범 같은 신하들"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여기서 말하고 있는 의미와 같다. "의"는 치우쳐 한 편에 붙은 것이다. "색"은 자기의 뜻이 달성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출세하지 못함).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도 달성하지 못한 시절에 지키던 바를 변치 아니 하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도 평생 지키던 바를 관철하여 변함이 없다. 이 네 가지 사태야말로 앞서 "서슬퍼런 칼날은 밟아도 중용은 능하기 어렵다."라고 한 것을 일컫고 있는 것이니, 스스로 인욕의 사특함을 이기어내는 역량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택하여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군자의 강함에 있어서 이보다 더한 것이 무엇이 있으리오? 부자께서 이것으로써 자로에게 말씀해주신 것은 혈기의 강함을 억누르게 하여 덕의의 용맹으로 나아가게 하려 하심이라.
장구옥안 : 조선왕조 내각본에는 "혈기"가 "기혈"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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