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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감사한다

아이키우면서 이런 맛에 키우죠^^

2019. 2. 20. (수) 게으름이 극에 달해도 즐거운 꼴찌 인생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침시간이 전쟁같은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혼전 다둥이 한 선배. 주변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부부군인의 출근시간은 아마도 매일이 비상소집훈련을 방불케 할 것이데, 유독 그 선배는 출근시간을 이야기하면서도 즐거웠다. 딱 한마디만 하면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 출정 나가는 군인들 보다도 더 부지런하고 체계적이고 준비성 있게 착착 움직였다고 한다. "큰엄마한테 가자~~" 한마디...


큰엄마란 4,3살 두아이를 보살펴주시는 전역하신 군인가족분. 두아이는 6시 반이 되어 엄마의 부드러운(군인같지 않은) 목소리로 한 마디 하면 벌떡 일어나 자신들의 보따리(기저귀 가방 등등)를 등에 둘러 매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는단다. 대단한 군자녀 아이들... 그때는 그 아이들이 크게 될거라며, 역시 군인의 자녀들이라며 웃으며 넘어갔지만 지금 내가 전역을 하고 딱 한명 똑순이 한명만 키우면서도 아침시간, 아니 똑순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매번 기싸움과 눈치작전이 100이다.


이런... 저녁마다 책한권 더읽겠다며 엄마의 머리꼭데기에 앉아 안자려고 요령을 피우거나, 밥대신 시리얼을 먹겠다며 "내일은 꼭 밥 먹을께요~~"라며 구슬리며 엄마를 녹이는 요령이란 아주~ 전문 네고들만 가능한 고급기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도 웃으며 속아주는 매일의 초보 엄마는 오늘도 행복하다.


갑작스레 월요일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삼촌 저좀 보세요~ 엄마~~~ 저좀 보세요~" 다급한 목소리로 부른다. 삼촌이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오~오~ 잘하는데 손도 모아봐 합장합장!" 고무장갑을 끼고 돌아보니 양다리를 앞뒤로 찢고 간신히 버티며 스스로의 경탄스런 자세에 흥분해 가족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우리딸이 이런재주가 있어? 그리 유연하지 않은데? 복근도 없는데... 윗몸일으키기기도 15도 올라오며 얼굴이 벌게지는 우리딸인데 ^^ 6살이 되면서 신묘한 재주가 많아지는구나~

그리고는 오늘 저녁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활동 사진들이 도착했는데 강당에서 체육활동을 하는데 똑순이의 눈에 익은 다리 찢기 자세 사진이 있었다. 선생님도 너무나 신기해서 친구들에게도 해보자고 했단다. 귀여운 녀석.


그래 그렇게 자라는것이다. 집이 좁고 예쁜옷을 남이 입던 옷으로 얻어 입는건 중요하지 않단다. 장난감이 남들보다 없으면 좀 어때? 지나가는 풀꽃에 감동하고, 돌맹이 나뭇가지로 친구들과 놀줄 알고, 행복할줄 알고, 배려할 줄 알고, 건강하면 그만이지!

그렇게 오늘도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일들에 추억을 쌓고 감사하며 건강하게 자라주어 감사하다.

앞으로도 그렇게 우리 매일매일 즐겁게 살자.

아침시간에 늦어 꼴찌로 등원하면 어때! 즐거우면 그만이지^^ 하지만 약속시간은 지켜야 하는것이니까 우리 조금만 조금만 더 부지런해지자~^^

사랑한다 우리 똑순이^^

오늘도 웃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난 무신론자이지만 오늘도 신이 있다면 그 신은 나를 굽어살피고 계신가보다^^